국제결혼

시언니의 전화 ; 미국 조지아 주에 나타난 한국 무당거미 이야기

돈부마부 2021. 10. 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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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중, 오랜만에 미국 조지아 주에 사는 시언니한테 왓츠앱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자는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 했는데,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또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은 잠시 산책을 나가서 집에 없었지만, 일단 저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언제나 전화 통화해도 반가운 우리 시언니. 시언니는 우리에게 들려 주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전화를 했다고 했습니다.

 

시언니는 얼마 전 조지아 주 북쪽 지역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근데 새로 이사간 집 주변에 이전에는 한 번 도 본적 없는 '거미'가 엄청 많았다고 합니다. 두 딸과 함께 집을 한 바퀴 돌며 거미수를 세어 봤는데, 꼬마 아가씨들이 찾은 거미만 4마리, 시언니가 추가로 찾은 거미가 5마리는 더 있었다고 합니다.

 

시언니는 대체 이게 무슨 거미이지 하고 찾아봤는데, 바로 그 거미의 고향이 한국(및 몇 아시아 지역)인 것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원래 미국에는 하나도 발견 되지 않았던 종인데, 조지아 주에서 지난 5-8년 사이에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는 거미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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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세입자, Joro Spider (조로거미 / 무당거미)

시언니는 이 거미이름이 영어로 Joro Spider라고 했습니다. 학술적인 이름은 영어로 Trichonephila clavata. 아마 한국 사람들은 다들 산에 갔을 때 한 번쯤 봤을만한 노란 줄무늬가 있는 거미입니다. 한국이름은 '무당 거미'입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거미중에서 대표적인 종류로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중략) 생김새는 몸 전체에 노란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며 알록달록한 것이 특징인데 이런 모습이 마치 무당의 옷과 비슷하다고 하여 무당거미라고 부르게 되었다. (중략) 산지나 들판, 인가 부근의 나뭇가지 사이에 바구니 모양의 금빛 입체 그물을 치고 먹이를 포획하는 정주성(定住性) 거미이다. (중략)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중국·타이완 등지에도 분포한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저도 시언니의 말을 듣고 신기해서 정말 구글 검색을 해보니, 조지아에서 세력을 열심히 넓혀가고 있는 무당거미였습니다. 

 

시언니의 말로는, 수 년 전에 한국 회사의 공장인 "SK 배터리"가 조지아 주에 세워졌는데 아마 공장을 지을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컨테이너를 타고 거미가 건너 온게 아닌가.. 하고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SK 배터리 공장 전경

 

저는 시언니에게 "한국에서 건너 간 우리 친구가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 좋겠네 ㅠㅠㅠ" 라고 하니, "이 거미는 자연에 해가 된다고 알려져 있지는 않아~! 오히려 우리가 싫어하는 노린재(Stink Bug)를 많이 잡아 먹어줘서 도움이 되고 있어!"라고 했습니다.

 

조지아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무당거미가 미국에서 처음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유전 분석을 통해 2015년에 이 거미가 조로 거미(무당거미)임을 확인했고 조지아 자연사 박물관 소장인 Rick Hoebeke는 이 거미가 주 전역에 퍼지는 것을 추적했습니다.

 

조지아 자연사 박물관 소장 Rick Hoebeke

 

조지아 대학의 곤충학자인 Nancy Hinkle와 같은 전문가들은 이 무당거미가 귀중한 '해충 방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곤충학자 Hinkle는 "Joro(조로) 거미는 화학 물질 없이 자연적으로 해충을 억제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요. 저는 사람들에게 수십억 마리의 큰 거미와 거미줄이 있는 것이 좋은 일이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지아 대학의 곤충학자 Nancy Hinkle

다행히 무당거미가 미국으로 건너가 생태계 교란 같은 민폐를 끼치고 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전화를 끊기전 귀여운 조카들은 저에게 "제가 학교에서 배웠는데, 흰 무늬가 있는 애벌레는 절대로 만지면 안돼요!", "유치원에 토마토 밭이 있는 데 거기서 거미를 발견했어요! 근데 그 거미가 없어져서 다들 걱정하고 있어요!!!" 라고 재잘재잘 댔습니다. ㅠㅠ너무 귀엽습니다. 귀여운 조카들이 미국과, 한국에서 커가는 모습을 직접 동시에 볼 수 없는 것은 국제커플의 조금은 슬픈 현실입니다. 미국에 있는 조카만 5명인데, 그 중 1명은 2번을 실제로 만났고, 2명은 실제로 만난건 딱 1번, 2명은 아직 한 번도 못 만났네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곧 다시 미국에 갈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집 주변에서 무당거미를 보면 한국에 있는 남동생과 그 한국인 아내를 생각 할 우리 시언니. 몸은 떨어져 있지만 뭔가 우리 주변에서 보는 다양한 것들을 통해 서로가 연결 되어 있음을 끊임 없이 확인하고 되새기는 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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