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잘 잔 게 아니었나 보다. 어젯밤에 잠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뒤척였다.
아침에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됐다. 몸과 머리가 피곤했다. 쉼이 필요할 것 같아서 오후 반차를 냈다. 직장 동료 한 명에게 아빠의 소식을 알렸다. 소식을 타자로 치는데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동료는 이런저런 수다로 아빠에게 몰입된 나의 걱정을 잠깐 분산시켜주었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친구의 아버지도 위암 투병 경험이 있어서 남일 같지 않게 함께 걱정해 줬다.
마침 사무실 직원 중 한 명의 아기가 어제 태어났다. 제왕절개를 한 산모 병문안 및 아기를 보기 위해 아침 근무의 마무리는 다 같이 병원에 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처음으로 공립병원에 가보았다. 9명의 환자가 한 방안에, 커튼이나 칸막이도 없이 모여 있었다. 에어컨은 당연히 없다. 천장선풍기가 달려 있고 병실 창문이 모두 열려 있었다.
모든 침대 매트리스에는 비닐이 씌워져 있고, 그 위에는 돗자리가 깔려있다. 모든 이불의 종류와 색깔이 다른 것을 보면 이불은 각자 집에서 가져오는 것 같았다. 어쩌면 돗자리도 각자 가져오는 걸 수도.
이 공립병원에서 일하는 일본인 엔지오 직원이나 친구가 “절대 우리 병원에 오는 일이 없도록 해”라는 말이 조금 더 잘 이해되었다.
어제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본 아기는 정말 작고 귀여웠다. 아기 얼굴이 내 주먹만 했다. 6명의 방문객은 병실침대에 둘러 서서 아기를 구경하고,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한 직원은 아기를 안아보기도 했다. 2일 된 신생아를 손도 소독하지 않고 그냥 저렇게 만질 수 있다니, 캄보디아 아기들은 처음부터 저렇게 강하게 크구나 싶었다.
병실에는 다른 신생아가 몇 명 더 있었다. 이렇게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인생의 끝을 향해 가는구나.
집에 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몸살이 온 것처럼 온몸이 찌뿌둥했다.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몸이 좀 풀린 것 같았다. 피곤함이 좀 가셨다.
우리가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 축하를 위해 생일 카드를 만들고, 선물을 포장했다. 그리고 친구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밖에 나와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빠 소식에 몰두되어있던 정신이 좀 더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오늘 처음 사 본 리클레 페퍼민트 오일을 찬물에 8방울 떨어트려 마셔보았다. 아기 선물을 사려고 들른 마트에서 발견하고 30,000리엘에 사 왔는데 아주 훌륭한 아이템을 발견한 것 같다. 산뜻한 민트 향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지친 채로 아침을 시작했으나 오늘도 참 좋은 일, 감사한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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