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근 후 집에 가기 전에 남편을 만나 도보 배달을 1~2건 정도 한 뒤 귀가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하는 남편에게는, 이 도보 배달이 즐거운 산책 시간이다. 도보 배달을 하다 보면 하루 1만 보는 금방 훌쩍 넘는다. 그냥 목적 없이 산책하기보다는 몇 천 원이라도 돈을 벌며,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배달해주며 산책을 하니 일석삼조다.
어떤 날은 배달비를 3천 원대로 받기도 하고, 어떤 날은 6천 원대를 받기도 한다. 최고로 많이 받아본건 8천 원대였다. 주로 날씨가 무지하게 추운 날 배달료가 비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3천 원 대는 아무래도 좀 짜게 느껴지고, 체감상 기분 좋은 정도의 배달료는 5천 원~6천 원 대다.
이번 주 내내 퇴근 후 남편과 함께 도보 배달을 하며 나타난 부작용은 '외식' 횟수가 늘었다는 거다. 배달을 하며 정처 없이 걷다 보면 8시 정도가 되어버리고, 집에 가서 밥을 해 먹을 생각을 하면 귀찮으니 "그냥 밖에서 먹고 가자~"가 된다. 결국 배달로 1만 원 정도 벌고, 외식비로 2만 원 쓰는 상황인 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과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며 이제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7시 30분까지만 딱 하고, 집에 가서 밥 먹는 것으로! 그래서 지난 금요일에는 기준을 지키려고 7시 10분쯤, 첫 배달을 마치고 두 번째이자 마지막 배달 콜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똥콜이 잡힌 거다. 이 배달이 한 40분은 걸린 거 같다.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산'을 하나 두고 산 너머에 있는 집까지 배달을 가야했다. 산을 비잉 둘러가면 1.6km, 오르막을 올라 산을 가로질러 가면 1.2km였다. 아니 왜 대체 이런 배달을 도보 배달자에게 주는 것일까......? 정말 의문이었지만, 일단 배달을 빨리 해야 했기에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남편과 나는 산을 가로질러 조금 더 빨리 배달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곧 숨을 헉헉대며 조금 후회했다. 정말 힘들었다....... 땀범벅이 되었다.
할증이 붙어 280원을 더 받았다. 우리가 오르막을 올랐던 걸 생각하면... 280원 할증은 너무 짜다. 하지만 괜찮다, 덕분에 금요일 밤에 운동을 제대로 했다! 오늘 하루, 12,280원 받고 운동한 셈이니 나쁘지 않다!
집에 와서 맛있는 삼겹살을 구워먹고, 넷플릭스를 보며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잠에 들기 전 남편이 발마사지를 해주었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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