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빚 있는 남자와 결혼했다.
우리 미국인 남편은 만 18세에 대학교 생활을 위해서 처음으로 빚을 졌다. 처음 받았던 학자금 대출의 이자는 11%였다. 그 이후로도 남편은 해외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 위해 또 다른 돈을 은행에서 빌렸고, 그렇게 5년 동안의 대학생활 동안 남편은 총 3개의 학자금 빚을 졌다.
직업도 없는 만 18세의 젊은이에게 11%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그냥 정신이 나간게 아닌가 싶다. 썩을 미국 은행 같으니.
대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면서 나름 학자금을 갚아 나가고 있었으나, 금융 지식도 적고 돈공부를 해본적 없는 남편은 대학을 졸업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개의 학자금을 찔끔찔끔 갚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진지하게 결혼을 하자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재산 상황을 터놓고 공유했다. 남편에게는 총 25,000달러의 빚이 있었다. 학자금 별 이자는 11%, 3.75% 그리고 3.5%였다.
당시 직장생활 2년차였던 나는, 많진 않지만 몇 백만원 정도 저축해 놓은 돈이 있었다. 대학교 학비는 한 학기를 빼고는 모두 전액장학금을 받아 해결한 터라 학자금은 없었다. 내가 돈을 버느라 학업에 신경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부모님이 매달 용돈을 지원해주신 덕이다.
남편은 나의 재산상황에 비해 빚만 가득한 자신의 재산상황을 보고 자신과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이 빚이 너에게 짐이 되는 것은 싫다고. (심지어 좌절감에 눈물을 흘렸다. 남편의 흑역사ㅋㅋ)
하나 보다는 둘이 낫다.
돈이야 갚으면 되고 돈 공부야 차근차근 해나가며 재산을 쌓아가면 되지만, 사람 됨됨이는 못 고치는 법이다. 남편은 전자는 아직 부족했으나, 후자는 100점 만점인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놓칠 수는 없었다.
계산해보니 남편과 내가 맞벌이를 해서 한 사람의 월급을 통째로 빚을 갚는데 쓰면 1년 반도 안되어서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남편이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기다렸다 결혼하려면 할아버지가 되어서 결혼할 수 있을 거였다. 결혼해서 같이 갚으면 금방 갚을 수 있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남편은 결혼 전에 열심히 투잡을 뛰어서 이자 11%짜리 빚 8,000달러를 갚았다. 그리고 6.75%짜리 학자금 일부도 갚았다. 6.75%짜리 학자금 나머지는 축의금으로 들어온 돈으로 일시상환을 했다.
이제 3.5%짜리 학자금만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미국 경제가 안 좋아지자 미국 정부에서는 학자금 상환을 일시중지 해주었다. 그렇게 약 2년 간 원금이나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 미국 정부가 학자금을 최고 20,000달러까지 탕감해주겠다는 발표였다. 어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지만, 우리같은 중저소득층에게는 한줄기 빛 같은 소식이다.
반가운 미국 학자금 빚 탕감 소식
미국의 대학교 학비는 말도 안되게 비싸다. 고등교육마저 하나의 수익사업이 된 탓이다. 1980년 이후, 4년제 공립 대학과 4년제 사립 대학의 총 비용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세 배나 증가했다.1950년대 생인 우리 시부모님이 대학교에 다닐때인 80년대만 해도 학비는 한 학기에 몇 백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30년만에 미국 대학교 학비는 몇 천만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많은 저소득 및 중산층 학생들이 대학을 다니고 싶다면 무조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교육부 분석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부생은 보통 25,000달러의 빚을 지고 졸업한다. (딱 우리 남편 얘기네..)
미국 연방 학자금 대출 부채는 누적 1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4,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학자금을 갚아야 한다. 학자금을 갚느라 주택 구입, 은퇴 자금 마련, 소규모 사업 시작과 같은 부를 쌓기가 더 어려워지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에서 받는 학자금인 Pell Grant 수혜자에게는 최대 $20,000의 부채 탕감을 제공하며, Pell Grant 수혜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최대 $10,000의 부채 탕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 남편의 학자금은 후자에 해당한다.
학자금 탕감을 위해서는 가구 소득이 특정 금액 이하여야만 한다. 1인가구라면 개인 소득이 연 $125,000, 결혼을 한 2인가구라면 연소득 $250,000 미만인 경우 빚 탕감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연 2억 5천만 원 버는 부부라면 벌써 학자금을 다 갚고도 남았겠지.
빚 탕감을 받기 전에 거쳐야할 절차가 있다. 일단 지난 2년 간 처리하지 않은 미국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학자금 감면 신청 페이지가 열리면 신청을 해야 한다. 남편의 학자금 빚이 0원이 되는 그날,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무거운 돌 덩이가 하나 사라질것만 같다.
여전히 한국에는 주택담보대출과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받은 신용대출이 있는 빚쟁이 인생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경제적 자유를 향한 미래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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