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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쓰는법 제 1원칙. 1월에 번 돈은 2월에 쓴다.

돈부마부 2023. 1. 2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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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마다 "올해는 꼭 가계부 쓰기에 성공해서 돈을 많이 모아야지!"라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들어오는 돈을 기입하고, 나가는 돈을 기입하다 보면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들쭉날쭉이 되었고, 가계부 쓰기란 너무 어렵고 귀찮은 일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수년을 가계부 쓰기, 돈 관리 제대로 하기에 실패했다.

올해는 기필코 가계부 쓰기, 예산관리에 성공하고 싶은 내 친구를 위해 가계부 쓰는 법 제1원칙을 남겨본다.


1원칙. 1월에 번 돈은 2월에 쓴다.

1원칙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나는 29년이 걸렸다. 2021년 9월, 돈관리에 한창 열을 올리던 나는 친언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평소에 생활비를 관리할 때 관리 기준 타임라인을 어떻게 하는지. 언니는 매월 1일에서 30일까지 기준으로 돈을 관리한다고 했다. 29살 나에게는 정말 생소한 개념이었다. 

언니는 단 한 번도 월급 받는 날부터 다음 월급 받는 날까지를 기준으로 돈 관리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돈 들어오는 날은 바뀔 수 있잖아?" 맞는 말이었다. 

언니 평생 '월급날 기준'으로 돈 관리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나도 내 방법이 정답인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었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된다.

 

 


올해 다시 가계부 쓰기를 잘해보기로 마음먹은 친구가 가계부 세팅을 하면서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친구의 상황은 이렇다.
"매월 2일에 적금 자동이체가 되고 있다."
"자동이체가 안 되는 건 직접 이체를 한다."
"월급은 25일에 들어온다."
"25일부터 말일까지 6~7일 동안 목돈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그냥 통장에 머무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위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여기서 질문!
"25일에 월급을 받으면 예적금 자동이체와 다음 달 생활비 이체 (통장 쪼개기)는 언제 해야 할까?"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1월 1일부터 1월 31일에 번 돈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쓴다'는 1원칙 개념을 아직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1월 1일부터 1월 31일에 번 돈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쓴다'는 1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돈의 들어오고 나감을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다.

누구는 "1월 1일에 2만 원을 벌었으니, 1월 2일에 1만 5천 원을 써버리는 건 그래도 현명한 소비 아닌가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이 들어온 다음에 바로 써버리게 되면 돈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

 

똑같은 개념으로,

- 1월 25일에 200만 원 월급을 받았으니,

- 1월 26일에 그 200만 원으로 신용카드 값 40만 원을 갚고,

- 1월 27일에는 월급이 들어오면 사려고 벼르고 있었던 20만 원짜리 코트를 산다.

- 아, 물론 1월 2일에 나가야 하는 적금 50만 원이 있으니 그 돈은 무조건 남겨두고!

 

2월이 될 때까지 큰 목돈이 그대로 있는 것은 좀 어색하니까, 돈을 그냥 놀려두지 말고 마이너스만 안 나게 돈을 쓰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돈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계획 없는 소비가 이어져서 결국 과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했었다. 매번 통장 잔고를 확인해 가면서, 10만 원 정도는 쓸 여유가 있겠구나 되뇌면서 스스로 소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달 저금해야 할 돈은 이미 적금으로 빠져나갔으니 남은 돈은 다음 월급 받을 때까지 잘 조절하면서 쓰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누차 말하지만, 이렇게 돈 관리를 하게 되면

1. 계획 있는 소비가 어렵게 되고,

2. 돈 흐름의 추적이 어려워져서 더 큰돈 계획을 세우기 골치 아파진다.

3.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 가계부 쓰기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4. 그리고 가계부 쓰기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달(month) 별로 예산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1월 1일부터 1월 31일에 번 돈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쓴다, 는 기준 타임라인을 정해 놓으면 돈의 들어오고 나감이 통으로 보이면서 계산이 좀 더 단순해진다. 1월 31일에 체크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내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총 얼마지? 이것만 파악하면 1원칙 실천 성공이다. 가계부 쓰기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간 것이다.


처음 이 개념을 배우는 사람 중 대부분은, 아마 실제 내 통장에 남아있는 돈과, 내가 1월에 벌어들인 돈의 액수가 일치하지 않을 거다. 주로 실제 내 통장에 남아있는 돈이, 내가 1월에 벌어들인 돈보다 적다. 왜냐하면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돈이 들어오면 바로 써버렸기 때문이다.

셋째, 돈이 들어오고 나감을 기록함에 있어서 기준이 생겨서 꾸준히 기록할 수 있게 된다.

돈이 들어올 때마다 나는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가계부에 기록을 한다. "과연 우리가 2월에 쓸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1월 부수입은 과연 얼마를 기록할 수 있을까? 지난달에는 40만 원이었는데!"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벌어들인 돈은 곧 2월에 쓸 수 있는 돈이 되니, 퀘스트를 깨듯이 지난달에 비해 돈이 덜 벌렸으면 2월에 쓸 수 있는 예산을 조금 더 넉넉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1월이 가기 전 돈 벌 궁리를 하게 된다. 당근마켓에 물건을 판다던지, 블로그 체험단에 하나 더 신청한다던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2월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정해지면 

- 적금으로 나갈 돈 40만 원

- 식비로 쓸 20만 원

- 데이트 비용 30만 원...

 

이렇게 돈을 발라내다 보면, 2월에 추가로 저금할 수 있는 돈이 남는지, 안 남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이 가능하다. 1월에 돈을 적게 벌면 2월에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져서 추가저금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현타가 오면서 저절로 '월급 외에 부수입'을 어떻게 하면 벌어들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반면에 1월에 명절 상여금을 받거나 인센티브를 받아서 돈을 많이 벌면 2월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진다. 평소에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거나, 기분 좋게 추가 저축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후자(저축)가 더욱 바람직한 행동이다. 

   


매번 가계부 쓰기에 실패했던 나와 같은 영혼들이 부디 가계부 쓰기에 성공하게 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하게 이해되는 개념이, 나는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29년 동안.

 

일단 이 1원칙만 잘 이해하고 넘어가면 다음 단계는 훨씬 쉽다.

 

우리 모두 모래처럼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잘 움켜쥐고 잘 지켜서, 부디 부자가 되자! 내 친구도 화이팅♥ 가계부 쓰기 포기하지 말자!

 

가계부 쓰기 관련해서 질문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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